카를로스 곤은 란에보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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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은 란에보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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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크로스로 이름붙인 미쓰비시의 신형 크로스오버 SUV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의 자회사로서 한때 현대차의 기술지원 선으로 친숙한 미쓰비시 자동차. 우리에게는 전범기업으로 악명이 높은 반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갤로퍼의 원형인 파제로와 랠리 무대에서 오랜 명성을 누린 란에보(랜서 에볼루션)의 메이커로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지난 2000년대 초반 리콜 은닉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더니 현대차 등 추격자들에 쫓겨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여기에 계기판 연비조작 사건까지 터지면서 여론의 직격탄을 맞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결국 지난해 닛산에 인수가 결정되어 12월 14일 카를로스 곤이 미쓰비시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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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카를로스 곤

 

 

자동차 메이커의 통폐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더구나 카를로스 곤은 위기의 닛산을 살려낸 경험이 있는 최고의 구원투수. 다만 브랜드 성격과 주요 시장이 다른 르노-닛산이나 토요타-다이하쓰와 달리 닛산-미쓰비시는 일본 내수 시장에서 판매경쟁을 벌이던 라이벌 관계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 판매가 격감했다고는 해도 란에보와 파제로처럼 고정팬이 확고한 모델들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미쓰비시 브랜드의 차기 로드맵을 엿볼 수 있는 모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3월 제네바모터쇼 론칭을 앞두고 티저 사진이 공개된 신차는 이클립스 크로스. 이 차는 콤팩트 크로스오버 SUV이면서도 특이하게 이클립스라는 모델명을 들고 나왔다. 한국에도 수입된 적 있는 이클립스는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되고 미국에서 생산된 소형 FF 쿠페. 갤랑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태어난 이클립스는 1989년 데뷔한 후 4세대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쿠페 시장 축소에 밀려 판매가 점점 줄어들더니 22년 만에 단종되었다.


이클립스 크로스는 미쓰비시의 새로운 모델 포트폴리오를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최근 1~2년간 발표된 컨셉트카까지 함께 살펴보면 당분간 미쓰비시는 크로스오버와 SUV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단종된 쿠페 이름을 부활시킨 데 대해서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 일식(eclipse) 전후 관찰되는 코로나링 현상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름에 크로스오버를 축약한 크로스를 붙여 이클립스 크로스란 이름을 만들었다는 게 미쓰비시의 설명이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컨셉트카 XR-PHEVⅡ의 디자인이 연상된다. 2015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되었던 XR-PHEVⅡ와는 특징적인 X자형 그릴과 C필러, 캐릭터 라인뿐 아니라 보디 프로포션까지도 빼어 닮았다. 게다가 컨셉트카가 양산화되기에 충분한 2년 터울이다. 쿠페의 강렬한 스포티함과 SUV의 특징을 잘 버무린 디자인은 미쓰비시 신모델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다만 컨셉트카의 강렬했던 뒷모습은 다소 순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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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크로스의 디자인은 XR-PHEVⅡ를 기반으로 한다

 

 

미쓰비시 브랜드는 아직 총체적인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이커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고, 모델들의 매력도 떨어진 상황. 홀로서기에 성공한 마쓰다와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우선 시장 파이가 큰 소형 SUV로 판매량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토요타 C-HR이 발매 1개월 만에 5만 대 가까이 판매됐을 만큼 소형 SUV는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카테고리다. 토요타 C-HR이나 혼다 베젤 등 매력적인 경쟁차들이 즐비한 만큼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만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다만 아직은 닛산과의 시너지를 내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개발이 중단된 상태. 따라서 엔진 라인업은 1.3~1.5L 가솔린 직분사 터보로 꾸려진다.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관련 기술이 미쓰비시의 장기인 만큼 추후 라인업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란에보처럼 골수팬은 있지만 돈 안 되는 모델의 경우 당분간 후계차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닛산의 경우를 보더라도 카를로스 곤이 인수 초기에는 인력 쇄신과 라인업 정리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동남아에서도 부진을 거듭해 2015년 판매량이 122만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란에보는 어떻게 될까? 회사가 당면한 어려움과 시장 축소로 당분간은 만나기 힘들어 보인다. WRC의 주역은 오래전에 B세그먼트 해치백 기반의 월드랠리카로 바뀌어 란에보와 스바루 임프레자는 활약할 무대를 잃었다. 스포츠카 시장마저 축소되자 미쓰비시는 결국 지난 2015년 8월 랜서 에볼루션Ⅹ의 단종을 선언했다. 대신 23년 역사를 집대성한 파이널 에디션을 1,000대 한정판매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 역시 단종 후 GT-R로 부활한 전례가 있다. 이 차의 론칭 행사에서 신형 GT-R을 소개한 사람이 바로 카를로스 곤. 과연 그의 손에서 차기 란에보도 부활될 수 있을까? 다만 이 희망적인 공상은 미쓰비시 재건이라는 전재조건이 만족된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수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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